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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다면
3대가 함께 빚어낸 ‘나눔 릴레이’
어느덧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한 지 31년, 2만 4,000여 시간이더군요. 우연히 TV에서 적십자 활동 모습을 보고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꼭 봉사해야지’라고 꿈을 키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적십자를 만난 건 1992년. 제 장점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인데요. 이제는 가족 다음으로 적십자 활동이 제 삶의 우선순위가 됐습니다.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도 닮아가는 걸까요. 제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닿았는지 가족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마음 놓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2005년, 대구지사 봉사회 남구지구협의회장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대구지사 최초로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을 기획하고 실행하려는데 돈이 부족한 겁니다. 남편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행사 준비에 쓰라며 흔쾌히 돈을 건네주더군요. 덕분에 세 커플을 위한 드레스와 양복, 청첩장, 음식 등을 준비해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그 인연으로 저는 이들의 ‘한국 친정엄마’가 되어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봉사 현장에서 ‘진심을 다하면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오래도록 기억나는 할머니 한 분이 있습니다. 자식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서 왕래 없이 지내시는 어르신이었어요. 추운 겨울, 연탄이 없어 이불 속에서만 지내시고 건빵 2~3개와 약간의 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마 우리 아이들도 그 할머니를 기억할 거예요. 오랜 시간 할머니 댁을 방문하며 돌봐드렸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께서 제게 헝겊으로 꽁꽁 싸맨 물건을 하나 내미는 겁니다. 열어보니 반지였어요. 가진 게 없지만, 이 반지만은 꼭 제게 주고 싶다고 하시는 겁니다. 이날 함께 간 제 손주에게는 곱게 접은 지폐 만 원을 쥐여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습니다. 할머니의 소중한 마음만 받으며 ‘진심을 다했을 때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시는구나’를 느꼈어요.
나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
저는 가족들에게 봉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손주를 데려가서 현장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왜 봉사해야 하는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대부분이 봉사에 대한 마음이 있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최근에는 3대가 모두 모여 제빵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인 어린 손주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봉사는 물론이며 빵 만들기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활동이라 가족이 함께하기 좋았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준다면 젊은 봉사원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봅니다.
적십자봉사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곳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눔과 기부를 하고 있는데요. 나눔은 남을 위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웃과 함께할 때 스스로 더 충만해지는 걸 느끼거든요. 제 기력이 다할 때까지 현장에서 이웃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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