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학산동에 거주하는 김○○ 씨(56세)는 40대 초반 적지 않은 나이에 숙명인지 운명인지 모를 남편을 만나 동거를 시작하여 아들을 낳고 2003년 혼인신고를 했다. 늦게 얻은 자식이다 보니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의 행복은 그리 길지가 않았다. 유일하게 의지해온 남편이 마약에 손을 대면서 교도소를 빈번하게 드나들었고 출소할 때마다 김씨 모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엄마이기에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틸 수가 있었던 김씨였지만 남편이 어린 아들을 괴롭히는 건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 별거를 시작했고 2008년 어렵게 협의 이혼했다.

이혼 후 정신적 스트레스는 조금 덜었지만 물질적인 빈곤이 곧바로 그녀를 덮쳐왔다. 전 남편과 어렵게 이혼을 성사시키다보니 양육비도 남아 있질 않았고 가끔 아이의 통학버스비를 지원해주던 전 남편의 지원도 어느샌가 끊겨버렸다.

이후 행정기관에서 한부모가정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어 도움을 받긴 했지만 아이는 커가고 지출할 곳은 많아지다 보니 여러 식당을 전전하며 일을 해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무리한 식당일로 심해져만 가는 허리통증과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에서 오는 무기력증은 단시간의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도시가스 요금은 체납으로 인해 끊긴지 오래됐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씩 내던 월세도 9개월이나 밀리다보니 모자를 불쌍히 여기던 집주인도 더는 못 기다리겠다며 방세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도시가스가 끊겨버린 집에는 냉기만 가득했고 그나마 집주인이 납부하는 공용전기가 있어서 작은 전기장판 위에서 겨울을 버텼지만 김씨 모자에게 2014년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길었다.

금전적 어려움도 문제지만 그녀는 사춘기에 접어든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더욱 신경쓰인다. 풍요롭지는 않아도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환경 속에 키우고 싶은데 해줄 수 없는게 너무 많아 미안한 마음 뿐이다.

다행히 모자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울산적십자사는 gs그룹의 후원으로 밀린 월세 300만원과 체납공과금 90만원을 지원해주었다.

김씨는 “너무 많이 넘어지고 깨어져 일어설 힘조차 없던 우리 모자에게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지팡이가 되어 준 적십자사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걱정이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아들을 바라보며 굳세게 살아보려 합니다. 봄이 와서 아름다운 매화와 벚꽃을 피우듯 우리 모자의 인생도 언젠간 예쁜 꽃을 피우는 날이 오겠지요?”라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얘기했다.

울산적십자사에서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희망풍차 위기가정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2015년에는 gs그룹의 후원을 받아 위기에 처한 한부모가정 지원을 위한 해피 싱글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