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온산읍의 김○○ 할아버지(80세)는 10여년 전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오면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만으로 아내 박○○ 할머니(76세)와 함께 한국행을 결정했다. 자식들은 모두 성장하여 출가를 한터라 노부부의 결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부푼 꿈을 안고 고향인 중국을 떠나 한국에 왔지만 세월이 지나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현실은 암담했다. 아파트 경비로 일하다가 지금은 다니던 직장마저 잃고 일용직으로 간간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월세 20만원을 내며 살고 있는 단독주택은 현관 입구부터 거실, 방까지 이어지는 벽면과 천장은 검은 곰팡이로 가득하고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옥상을 비롯해 누수된 부분에 방수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집주인은 경비가 부담스러워 주저했고 일정치 않은 수입 때문에 집수리도, 이사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불행은 늘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했던가... 이 와중에 평소 골다공증으로 고생하던 아내가 허리가 아파 꼼짝을 하지 못해 병원을 찾게 되었다. 아내의 척추가 내려앉았으니 당장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에 할아버지의 마음은 쿵쾅콩쾅 요동치기 시작했고 급한 마음에 주위에서 급전을 구해 입원을 시켰다.

병원에서는 할머니의 나이와 상태를 감안하여 수술이 아닌 통원치료를 권했고 퇴원을 하려 했으나 병원비가 부족했다. 중국에 있는 자식들에게 전화해보았지만 하나같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받지도 않는 전화를 걸 때마다 평소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만 커질 뿐이었다.

결국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병원비를 지불했고 퇴원한 아내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낡은 침대에서 누워 지내게 됐다. 화장실을 갈 때도, 세수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기에 24시간을 늘 곁에서 함께 보낸다. 더 큰 문제는 아내의 척추약 하루분이 7만원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아내의 곁을 지켜야 하기에 일을 하러 갈 수도 없고 80세의 나이에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다 보니 일자리를 주는 곳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온산적십자봉사회에서 2013년부터 결연을 맺어 반찬과 간식거리, 구호품도 정기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유명희 회장과 봉사원들이 자주 들러 안부도 물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받기만 하는게 너무 미안하다.

더욱이 온산봉사회에서는 아내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 읍사무소를 통해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주기도 했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울산적십자사에서는 고려아연(주)의 후원으로 약값과 생계비 4백여만원을 보탰다.

할아버지는 “두 내외가 적지 않은 나이에 머나먼 고향을 떠나 이렇게 되고 보니 속상하고 허망할 때가 많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아프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소중한 아내가 옆에 있고 힘들 때 도움의 손길을 전해주는 이웃이 있어서 추운 겨울을 또 다시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 부부의 건강과 형편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수밖에......”라고 말했다.

울산적십자사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의 후원으로 1,500만원을 받아 아동청소년, 노인,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등 위기가정을 발굴하여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인 김 할아버지 부부는 올해 두 번째로 수혜를 받는 가정이다.